[소설 상도]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상즉인 인즉상(商卽人, 人卽商) - 거목의 숲을 거닐며 배우는 상업의 도(道), 삶의 철학!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의 바르기는 저울과 같다"는 뜻을 지닌 이 문구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소설 속 주인공인 임상옥의 상업 정신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최인호 작가는 이 문구를 단초로 삼아 임상옥의 파란만장한 삶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그의 상업 정신을 통해 1800년대 조선의 한 상인의 인간적인 고뇌와 연민, 삶의 역경과 전화위복, 인생의 철학과 신념, 상업의 도(道)를 이뤄 낸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현시대의 대기업 총수 김기섭 회장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시작됩니다. 그의 죽음 후 남겨진 유품 속에서 발견된 한 문구,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은 최인호 작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깊은 사색으로부터 소설의 긴 여정을 예고합니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상평여수 財上平如水
財(재) 재물
上(상) 위, 재물의 사용과 운용
平(평) 평평하다, 공평하다
如(여) ~처럼, 같다
水(수) 물
이 문구는 18세기말 조선의 거상(巨商) 임상옥이 남긴 자서전 <가포집(稼圃集)>에 기록된 말로, 그의 상업 철학을 요약한 핵심 내용입니다.
한자 번역은 "재물은 물처럼 공평하게 흘러야 한다"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 이 말은 재물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만 치우쳐서는 안 되고, 마치 물이 모든 곳으로 고르게 흐르며 스며들듯이 공평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재물이란 본래 물처럼 흐름의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야 그 가치를 발휘하고 세상을 움직이게 하며, 시장 경제의 활성화로 인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패인 곳은 패인 대로, 솟아난 곳은 솟아난 대로 모든 곳을 적시어 생명을 살리고 조화를 유지합니다. 재물 또한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처럼 끊임없이 흘러야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는 이치와 같다 하겠습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월나라의 범려(范蠡)라는 사람은 제왕인 구천이 오나라에 의해 억울하게 패배한 후, 그를 도와 오나라를 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범려는 월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예감하고 제나라로 망명하듯이 건너가, 그곳에서 상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富)를 쌓게 됩니다.
범려는 단순히 재물을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재물을 백성들과 나누며 사람들과의 신뢰를 쌓았습니다. 이러한 선행은 그를 제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만들었으며, 이에 제나라 임금은 그를 재상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범려는 이를 사양하고 제나라를 떠나게 됩니다.
범려는 제나라에서 조나라로 옮겨와, 그곳에서 다시 상업을 통해 큰 재산을 모으게 됩니다. 그는 얻은 재물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제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를 백성들과 나누어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사람들과 나눈 재물로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말년에는 초야에 묻혀 유유자적하며 평온하고 아름다운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범려는 "재물은 흘러야 가치가 있고, 사람들과 나눌 때 진정한 부(富)가 된다"고 믿었으며, 그의 삶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인중직사형 人中直似衡
人(인) 사람
中(중)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
直(직) 정직하다
似(사) ~와 같다
衡(형) 저울
한자 번역 "사람은 저울처럼 정직해야 한다" 즉, "사람의 바르기는 저울과 같다", 저울은 물건의 무게를 정확히 재는 공정함의 상징입니다.
사람이 저울처럼 정직하지 않다면, 인간관계와 상거래는 물론 사회적 신뢰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고대 중국에서는 저울을 속이는 행위가 가장 중대한 상업적 죄로 여겨졌습니다. 이는 상업에서 정직이 곧 신뢰와 직결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임상옥 역시 장사에서 정직을 지키는 것이 상도의 기본이라 여겼습니다. 그의 상단에서는 저울을 속이거나 물건의 품질을 조작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점원이 이런 행위를 저지르면 즉시 상단에서 추방했으며, 다시는 상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엄격한 원칙과 규율은 임상옥의 상단이 전국적으로 신뢰받는 상단으로 자리 잡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재상평여수와 인중직사형은 각각 재물과 사람의 도리를 다룬 말이지만, 이 둘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물이 물처럼 평평하게 흐르려면, 그 재물을 다루는 사람이 정직해야 합니다. 사람이 저울처럼 정직하려면, 재물의 운용 또한 공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합니다. 재물은 단순히 축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재물의 공정한 쓰임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경제 정책입니다. 또한 정직은 개인과 기업 모두가 공정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성공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급변화는 과학 기술의 성장과 변화 속에서 투명한 거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기적인 이익보다 사람과의 신뢰를 남기는 상업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줍니다. 재물과 사람의 관계를 공정하게 유지하며, 신뢰와 나눔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 중심의 운영이 바로 성공의 열쇠라는 것입니다.
상즉인, 인즉상 商卽人, 人卽商
"상즉인(商卽人), 인즉상(人卽商)"은 임상옥의 상업 활동에서 또 하나의 깊이가 있는 소중한 철학입니다.
이 말은 "장사는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장사다" 라는 뜻으로, 장사의 본질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교훈을 전해 줍니다.
상즉인(商卽人) 장사는 곧 사람이다
임상옥은 장사의 근본을 "사람"에 두었습니다. 장사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과의 신뢰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장사는 이익을 우선으로 하지만, 큰 장사는 사람을 남긴다는 그의 철학은 상즉인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군자는 의(義)를 밝히고, 소인은 이익(利)을 밝힌다"는 공자의 말씀은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군자의 도(道)를 아는 장사란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로운 태도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상거래라는 것입니다.
또한, 덕(德)은 만물의 생명을 키우고 양육함에도 아무런 목적의식을 갖지 않는 자연과 같듯이,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하셨습니다.
누구나 추측이 가능하건대, 임상옥은 18살 무렵부터 아버지를 통해 장사를 배우며 장사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에서, 그는 장사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덕을 쌓아갈 때, 진정한 가치와 재물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굳건히 했을 것입니다.
인즉상(人卽商) 사람이 곧 장사다
이 말은 "사람의 성품이 장사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임상옥은 "사람의 도리와 성품이 바로 장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믿었습니다. 사람이 곧 신용과 정직의 상징이며, 사람이 바르고 의로운 태도를 가질 때 상업도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 임상옥이었던 것입니다.
임상옥은 평소 직원들에게 "작은 장사는 순간의 이익을 남기지만, 큰 장사는 평생의 사람을 남긴다"라고 말하며, 큰 장사의 철학을 실천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임상옥은 장사를 통해 얻는 최고의 이윤은 단순한 재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강조하였고, 그는 "장사는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철학을 절대적으로 실천하였습니다.
이는 장사를 통해 단순히 부를 축척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공정한 거래로 사회를 이롭게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
세월은 흐르고, 어느날 솔개가 집안의 텃밭에서 노닐고 있는 닭을 잡아채가는 장면을 보게 된 임상옥은 본인의 상업의 운(運)이 다해감을 직감하고, 생계를 위해 돈을 빌려간 수 많은 사람들의 차용 장부를 모두 불태움은 물론 본인의 전 재산을 나눔으로 실천하였습니다.
이후 조선 최고의 거상이자 부자였던 임상옥은 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재미로 소박한 여생을 보내다 한 세상을 마무리 한 조선 상업의 성인(聖人)이었습니다.
'상도' 철학이 전하는 메시지
소설 <상도>에서 임상옥의 철학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상거래를 통해 그리고 사람간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성공과 부(富)의 축적은 자신만을 위한 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김에 있다는 철학을 추구하는 기업정신은 현시대나 미래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상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사람 중심의 기업 경영 철학은 성공의 필수 요소가 아닐 수 없으며, 기술이 인공지능으로 첨단화되어가고 경쟁이 가속화되어도, 전자상거래가 세상의 상거래를 이끌어 가고 있어도, 이 근본적인 원칙은 더욱 더 강조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습니다.
오늘날 사업과 장사로 성공을 향해 열정으로 노력하는 상업인 뿐 만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사람간의 끈끈한 신뢰, 금전적인 거래 이상으로 사람 관계를 소중히 하는 삶의 철학과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신념을, 비록 소설이긴 해도 오랜기간 자료 수집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탄생한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는 주인공 거상 임상옥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일깨움을 전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이 고르게 흐르면 모든 땅이 알맞게 적시고, 저울이 바르고 신념이 정직하면 모든 거래는 순조롭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의 가슴에 거상 임상옥의 상업 철학이 스며들고,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소설 <상도>의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 중 하나, <배척간두진일보 : 젊은 추사 김정희와 임상옥의 운명적인 만남>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소설상도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상즉인, 인즉상
'더 나은 삶, 지혜의 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이지신] 12지신 역사, 유래, 기원 l 12지신 의의, 속성과 특징, 12지신과 음양오행 (18) | 2025.01.06 |
---|---|
[인생삼여 人生三餘] 인생삼여 유래, 뜻, 의미 l 저녁시간, 겨울, 노년의 여유와 지혜를 배우다 (28) | 2025.01.04 |
[음력과 양력] 음력, 양력 기원과 사용 배경 l 음력, 양력 특징 l 24절기 시기와 의미 (36) | 2025.01.02 |
[백척간두] 백척간두진일보 뜻, 유래 - 추사 김정희 선생과 거상 임상옥의 운명적인 만남, 절체절명 위기 속의 깨달음 (58) | 2024.12.22 |
무념무상(無念無想) - 집착을 벗어나 평온을 구하다 l 무념무상의 유래, 뜻, 생활 속 무념무상 (58) | 2024.12.18 |
괄목상대(刮目相對) 유래, 뜻, 교훈 l 여몽의 자기계발과 삶의 변화, 자기계발 고사성어 모음 (53) | 2024.12.17 |
[위기를 기회로] 손자병법 - 지피지기 백전불태, 이환위리(以患爲利)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 (69) | 202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