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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 뜻과 유래, 혹독한 시련속의 아름다운 우정, 추사 김정희 선생의 명작 세한도(歲寒圖)의 사연

by 럭키페이지 2025. 6. 26.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 뜻과 유래, 혹독한 시련속의 아름다운 우정, 추사 김정희 선생의 명작 세한도(歲寒圖)의 사연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논어(論語)는 공자의 사후에, 후대의 제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편찬 과정으로 인해 『논어』에 담긴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진위(眞僞)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 고증 학계의 오랜 기간의 심도있는 연구조사에 다르면, 논어의 핵심 내용이 공자의 실제 가르침과 사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歲(세) 해, 연세, 한 해

寒(한) 춥다, 추위

然(연) 그러할, 그러하다

後(후) 뒤, 나중, 뒤에

 

知(지) 알, 알다

松(송) 소나무 

柏(백) 잣나무, 측백나무

之(지) 갈 (조사적 쓰임)

後(후) 뒤, 나중, 뒤에

彫(조) 시들다, 조각하다 

也(야) ~이다, ~도다 (감탄의 어조)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뒤늦게 시든다'는 것은 실제로는 '시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 내용은 일반적으로 평온한 시기에는 모든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어려운 상황이나 시련을 겪어봐야 비로소 사람의 진정한 지조와 절개를 알 수 있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추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듯이, 사람의 기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사람이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정한 품성과 사람됨, 그리고 진실한 우정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누가 진실한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시련이 닥치면 자연스레 그 가치가 저절로 드러나는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겪게 되는 체험적 깨우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의 우정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의 정신은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삶에서도 현실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자 금석학자로 이름을 떨쳤으나, 당시 55세의 나이에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제주도로 유배되는 시련을 겪게 됩니다.

 

당시 유배형 중에서도 엄격한 '위리안치(圍籬安置)'의 형별로, 울타리 안에 갇혀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권력과 명예를 잃고 낯선 제주도에서 외롭고 쓸쓸한 유배 생활을 하던 추사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독서였습니다.

 

그러나 머나먼 유배지 제주도에서 자신이 탐구할만한 서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습니다. 이때, 추사에게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른 소나무처럼 굳건한 빛이 되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제자이자 역관(譯官)이었던 이상적(李尙迪) 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추사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집권 세력들의 눈 밖에 나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은 스승의 유배 생활 내내 변함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특히, 그는 역관으로서 청나라 연경(북경)에 다녀올 때마다 구한 귀한 서적들, 예로 120권 79책으로 무척 방대한 분량의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 외 새로 나온 서책들을 스승에게 전해 드려 그의 학문적 갈증을 해소시켜 드렸습니다.

 

다른 제자들이나 지인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릴 때, 이상적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당시 한양에서 제주도까지는 육지 행로와 뱃길을 이용하여 아무리 빨라도 10여일 이상이 걸렸음에도, 그 멀고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스승의 곁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 갔던 것입니다.

 

추사는 이상적의 이러한 변함없는 의리에 깊이 감동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처지를 혹독한 겨울에 비유하며 이상적의 변치 않는 우정을 다음과 같이 극찬했습니다.

 

"공자께서 『논어』 「자한」편에서 말씀하시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고 하셨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본디 사계절 내내 푸른지라, 추위가 닥치기 전에도 변함없이 푸르고 추위가 닥친 후에도 한결같이 푸르다네. 허나 성인께서는 특별히 날씨가 추워진 뒤를 들어 말씀하셨으니, 그 뜻이 깊으리라.

 

그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노라니, 유배 오기 전이라고 하여 더 잘해준 것도 없고 유배 온 후라고 하여 더 소홀히 한 것도 없으니, 참으로 변함이 없네.

 

하지만 유배 오기 전의 그대에게는 특별히 칭찬할 만한 점이 없었다 하더라도, 유배 온 뒤의 그대는 어찌 성인의 칭찬을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성인께서 특별히 말씀하신 것은 단지 늦게 시드는 곧은 지조와 굳건한 절개 때문만은 아닐 것이네, 필시 추위가 가장 혹독할 때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네."  <출처: 세한도 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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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는 깊은 마음을 담아 이상적의 변치 않는 우정에 감사하며, 기교와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서화일치(글씨와 그림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의 경지를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으니, 이것이 바로 국보 제 180호로 지정되어 있는 명작 '세한도(歲寒圖)'입니다.

 

이 그림은 마치 유배 생활로 초라해진 자신의 초가집처럼 보이는 한 채의 집이 놓여 있고, 그 좌우로는 앙상한 배경 속에서도 푸르름을 지키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또는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며 서 있습니다.

 

그림 전체는 거친 필치와 옅은 먹색으로 그려져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속에서 의연하게 서 있는 나무들은 역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생명력과 의지를 상징합니다.

 

특히, 그림에 추사가 직접 쓴 발문(跋文, 그림에 적는 글)은 그림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적인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세한도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진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굳건한 정신과 진실한 마음의 메시지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적은 스승으로부터 이 그림을 받은 후, 연경(북경)에 건너가 당시 청나라의 석학들에게 보여 주었고, 그들은 《세한도》 그림에 찬사와 경외심을 담은 글을 남겨 10m에 달하는 긴 두루마리가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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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혹독한 시련에도 흔들림 없는 아름다운 인연

삶의 여정에서 누구에게나 혹독한 겨울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욕망과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시련은 더욱 가혹하게  닥치는 게 세상의 섭리인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덧없이 스쳐 가는 인연과,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소나무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 깨우침은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진정한 보람인지를 명확히 알게 하고 그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덧없는 관계에 연연하기보다는, '세한지송백(歲寒之松柏)"처럼 굳건한 소나무 같은 인연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며 관계를 깊이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하고, 내면의 성장을 통해 이기적 욕망이 아닌 배려하는 삶이 인생의 진정한 보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 이상적의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아름다운 인연은 삶에서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인생의 겨울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계절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고 진정한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탐욕과 이기심의 덧없음을 경계하고, 시련속에서도 변치 않는 소중한 인연을 알아보는 내면의 지혜를 밝혀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긴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깊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어떤 소나무 같은 아름다운 인연의 사람들이 있나요?

 

학문을 연마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즐거움, 그리고 먼 곳에서 찾아온 진정한 벗과 나누는 대화의 기쁨을 공자께서는 《논어》의 〈학이편〉에서 인생의 두 가지 큰 즐거움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벗과 더불어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즐거움을 넘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성장하는 우정의 깊은 가치를 강조하는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진정한 벗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고, 물질적인 풍요가 줄 수 없는 깊은 만족감과 정신적인 지지를 통해 삶의 큰 힘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행복은 쌓아 올린 재물과 명성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배움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과 함께 지혜와 우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삶에서 이렇듯 변치 않는 소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어떤 혹독한 겨울도 두렵거나 외롭지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라면, 어느 순간 시련이 있다 해도 그것은 고통스러운 짐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더욱 값지게 하고 관계를 깊이 뿌리내리게 할 희망찬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끈끈함의 의리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어떤 겨울에도 굴하지 않고 더욱 단단해져, 아름다운 상생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인간 관계는 닫힌 마음의 문을 먼저 열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용기와 배려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의 삶에 진정한 관계로 꽃피우는 아름다운 인연이 이어지고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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